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8. 15. 17:33Album/국내

Artist : 검정치마
Album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7. 13

사자≒Let's Buy?

한대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Give me death"라는 와 ”나에게 죽음을 주세요“라는 가사는 100% 다른 가사라고 말했다. ‘해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인구 수 만큼의 해석이 뒤따르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적 현상이나 장르적으로 발현되는 가치들은 기계적으로 1:1 맞대응을 시킬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검정치마의 [201]이 처음 발매됐을 때 대중들이 열광했던 이유가 단순히 잘빠지고 ‘가오’를 잡기에 충분할 아이템을 던져줬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01]이 한국 음악씬을 정리할 때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스트레이트하고 진부한 움직임만을 보여주던 씬에 난감한 과제 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던져줬다는 사실이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역시 그렇다. 조휴일은 ‘(인디)밴드’로서 가질 수 있는 아우라라는 아우라는 죄다 집어삼킨 후 자신의 ‘솔로’ 앨범으로 작업하던 곡들을 모아 “검정치마”라는 이름을 붙여 다시 툭 던져 놨다. 검정치마라는 존재에 ‘본토(영미) 사운드를 제대로 재현한 수작 인디팝’ 같은 잘 정리되고 고민 없던 레터링을 남발하던 모종의 인물들은 이제 ‘깔끔하고 간소화된...’류의 말장난을 시작하겠지만, 이 앨범을 두고 그런 기계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건 그냥 코미디다. 검정치마의 이번 앨범이 갖는 최대의 미덕은 잡스런 수사는 치워두고 “가사가 멜로디가 제대로 꽂힌다.”는 점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덧없는 인상 비평에서 그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화제의 그 곡 ‘음악하는 여자’와 ‘외아들’은 조휴일의 개인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불만스러웠던 감성을 시원하게 건드리고, 뻑뻑한 문맥을 자랑하는 가사는 어느 시점과 시간에 대입 시켜도 좋을 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편성은 말 그대로 소박하고 느끼하지 않지만 들어본 사람은 다 알듯이 ‘Love Shine'이나 ’International Love Song'의 곡조는 한 번 들으면 꽤 오랫동안 잔상에 남아 지속적으로 머리를 맴돈다. 게다가 검정치마의 곡들에 대해서 자꾸 ‘무언가와 무언가를 섞고 녹여냈다’고 표현하기 좋아하지만 그건 웬만한 아티스트들의 창작 공통과정이다.(홈쇼핑 채널에서 사용 설명서와 건전지를 '포함한 가격'을 자랑하는 것의 유치함은 누구나 겪어보지 않았는가?) 조휴일은 자의식과 개인사를 정제시켜 곡으로 만들 때 그것을 어설프게 숨기거나 반대로 찌질거리지 않고 거기에 차려입지 않은 듯한 ‘간지’를 덧붙일 줄 안다. 거기에 본질적으로 흡인력 있는 곡을 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해외의 장르적 조류를 받아들여 내재화 한 후 홍대 앞에서 폭발시키는 패턴은 언니네 이발관의 등장 이후 당연한 과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검정치마의 음악을 '서구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꽤 치사한 평가다. 검정치마의 음악의 단독적 가치는 "얼마나 서양물을 먹었는가"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작법이 얼마나 세련되고 비정형화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다. 개러지든 컨트리든 포크 팝이든 검정치마는 그 다양한 조류를 집어 삼켜 자신의 낙인을 찍어버릴 줄 안다. 이것이 수 많은 '서구 음악'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과의 차이다.

이 앨범은 일간신문 문화면식으로 얘기하자면 ‘음원이라는 소비 패턴 때문에 잊혀진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환기시키는(항해라는 이미지는 조휴일의 개인사와 함께 맞물려 앨범을 감상하는 내내 통일성을 준다...)’앨범이고, 장르타령에 익숙한 고민 없는 크리틱의 방식을 빌리자면 ‘컨트리와 포크 팝까지 유려하게 주조해낸 수작’ 앨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용과 시장주의라는, 영원한 국가적 잇(it)트렌드에 발맞춰 이번 앨범을 이야기하고 싶다. (보도자료에서 표현한 식으로) ‘호사가’들의 음악적 밑천을 바닥나게 만들면서 경쟁을 통해 능력 없는평단을 재편할 듯 하다. 그리고 플릿 폭시스(Fleet Foxes)나 레이디 앤터벨럼(Lady Antebellum)이 도대체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일단 MP3에 저장해놓은 사람들은 1번 트랙을 듣는 순간부터 안도할 것이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비슷한 장르 거슬러 올라가며 듣기’의 청취 패턴까지 부활시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 이렇게 내수진작에 지대한 공헌을 미칠 우리 검정치마에게 무한한 영광과 문화산업 역군의 호칭을 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나?...아무튼 검정치마의 이번 앨범은 번역기에 ‘사자’를 넣었더니 ‘Let's Buy.'라는 생뚱맞은 결과를 내놓는 수준의 뮤지션과 집단들을 우습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핫‘함, 아니 ’힙(hip)‘한 앨범이 오랜만이어서 반갑다. 물론 그의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은 의미 없는 크리틱들의 반응처럼 한정적이고 무의미하지만 그건 아무도 관심 없으니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Track List-
1. 이별노래 
2. 무임승차 
3. Love Shine
4. 외아들 
5. International Love Song 
6. 날씨 
7. 아침식사 
8. 음악하는 여자 
9. 젊은 우리 사랑 
10. Ariel 
11. 기사도 
12.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