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열 - 유병열`s Story of 윤도현

2011. 4. 17. 17:08Album/국내

Artist : 유병열
Album : 유병열's Story of 윤도현
2011. 3. 30

조금 더 멀리 퍼질 수 있도록

한국에서 기타리스트의 입지는, 보컬 이외의 트랙이 'MR'로 뭉뚱그려지며 기타 솔로는 '간주점프'로 스킵되는 일상적 현상으로 대표된다. 기타 인스트루멘틀 앨범이 간간히 발매됐지만 관심은 미약했고 '전설'로 대표되는 기타리스트들은 이름만이 유령처럼 록 키드들의 주변에 떠다니고 있었다. 유병열은 이런 환경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결과물을 발표해 온 몇 안 되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 많은 기타리스트처럼 그 역시 록 하위 장르들을 섭렵하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가요의 감각을 충실히 접목하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여 왔다. 록 발라드 (윤도현 밴드의 '먼 훗날')와 팝 메탈(비갠후의 '다시 사는 거야')까지 자유자재로 주조하는 능력은 기타리스트로서 혹은 아티스트로서 가져야 할 기본기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물론 증명,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을 뿐.

전작 [YBY 1ST Mini Album]이 다소 의외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Love Tension'으로 포문을 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처연한 록 발라드 '가슴이다'가 청자들을 맞이한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록 발라드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자기 복제가 심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한 인기 품목이다. 하지만 (장르의)옛 영광에 기대려는 얄팍한 상술 보다는, 비갠후의 '소망'과 '소망 II', '별이진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발전적 변화가 좀 더 눈에 띈다. (이는 앨범 구성에 있어서도 전작에 비해 조화롭게 느껴진다.)

앨범의 곡들은 장르 탐색의 전시와 충실한 이해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고 있다. 이건 상당한 반열에 들어선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내공만이 가능케 하는 자연스러운 능력이자 앨범 아티스트로서의 실수이기도 하다. 'Punk Kid'가 다소 관습적으로 들린다 한들 'Cat Dance'의 재치는 그 클리셰를 충분히 희석시켜주고, 'Blue Moon'의 무드가 진중하다면 'DMZ'의 감각은 기타 연주곡이 보여줄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의 조화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렉기타가 가진 표현력이 대중적으로 어떤 한계 안에 갇혀 있음을 감안했을 때, 그는 엄청난 장르적 전복 없이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기타의 다양한 표현 능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타리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의 외형은 작지만 음악은 거대하다. 무엇보다 척박한 씬에서 이렇게 정력적인 활동의 의욕을 보이는 기타리스트를 찾아보기 힘든 탓에 한 시대를 기억하는 기타 키드들에게 이번 앨범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모든 청자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 대중음악씬의 어떤 환경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기타 인스트루멘틀 앨범을 접할 때의 프로듀싱의 한계를 한 번 더 재확인시켜주는 앨범이기에 어쩔 수 없다. 다양한 터치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실력은 비단 기타에 문외한이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향유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다. 이것이 유병열의 탓인가? 어쨌든 돌파 방법이 온전한 정공법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이것은 가장 숙련되고 연륜 있는 아티스트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밴드를 통해서든, 협연을 통한 것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타가 어떤 악기보다 대중 친화적이고 보편적으로 퍼져 있음에도 연주 앨범이 외면받는 지금,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나는 유병열이 나름의 해답을 갖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Track List-
1. 가슴이다 (With 윤도현)
2. Punk Kid (With 이종현 - Main street Guitarist)
3. Cat Dance
4. Blue Moon
5. DMZ
6. Remember (Gary Moore 헌정 With 최희선, 김태원, 윤도현)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