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코(Vasco) - GUERRILLA MUZIK VOL.1 : PROLOGUE

2011. 4. 18. 15:31Album/국내

Artist : 바스코(Vasco)
Album : Guerrilla Muzik Vol.1 : Prologue
2011. 3. 29

쩜오의 근성

바스코가 마스터플랜(Master Plan)에서 피처링 위주의 활동을 하던 당시에 언더그라운드에서 맹위를 떨치던 MC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자신이 쌓아올린 탑을 팔아버리거나 철거시키고 혹은 불을 싸질러 없애버렸다. 물론 그 행보를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함량 미달이었고 다른 누군가의 음악은 유치했다. 또 다른 누군가의 행보는 진화를 위한 움직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메이저 x까, 언더가 짱임."류의 마인드가 지배하던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은 태생적 마초근성과 공격성으로 많은 힙합 키드를 양산했겠지만 그것은 동시에 '유치한' 장르로 치부되곤 하는 힙합의 한계였다. 그리고 많은 '1세대'뮤지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상탈출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바스코의 이번 앨범은 그 지하실에서 탈출하지 않은(못 한) 자들의 감각이 극대화한다. 이미 죽어버린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었겠지만, 바스코는 이번 기획을 3부작으로 천명했다. 항간에는 그의 랩핑을 두고 "싸구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하이톤의 랩은 이런 공격적인 선언에 제일 적합하다. (그가 <덤벼라 세상아>에서 "나는 신방과가 전공/원하는 것은 랩퍼로서의 성공" 이라고 말하는 것과 <Jiggy Get Down>에서 "지기 펠라즈가 왔다 X신들아." 라고 빈정거리는 것의 간극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앞서 발매한 두 장의 정규앨범 보다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첫 느낌> 시리즈의 바스코가 아닌 '간지'를 외치던 그의 내면이 극대화 되었고, 최소한 이미지 게임에서는 성공했다. 바스코가 왕좌를 차지한 적은 없었기에 이번 게릴라전의 선포는 응당 이상할 것이 없다.


컨셉앨범으로서의 책무를 위해 모든 비트는 비장하다. 대부분의 곡들은 오케스트라 세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일관적인 정서를 보여준다.(<Hero>는 속도감있는 비트를 포기하고 아예 둥둥거리는 베이스 드럼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Real Talk>와 <Q>를 제외하면 모든 곡의 인상은 비슷하다. 여지없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체곡 <Be Underground>까지 이어지는 웅장한 비트는 기존의 모든 시스템을 배제하려는 바스코의 의도가 진하게 묻어난다.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고, 내 자신을 믿어라, 진짜 음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는 선언은 반복적이지만 어느 시대에나 유효하다보니 딱히 어색할 것도 없다. 이것이 2000년 초반의 정서를 그대로 깨운 것이라 할 지라도 의미가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씬의 정서를 다시 꿰뚫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담긴 모든 허점을 장르와 컨셉트에 대한 이해로 모두 불식시킬 수 있을까. '락 스타'가 되고 싶다던 어린 아이의 열정을 현재의 게릴라전의 곤조에 녹이려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Rockstar>는 한 때를 풍미하던 핌프록(혹은 린킨 파크)의 (재미없는)구성을 그대로 가져왔고, 이는 바스코의 악다구니를 코미디로 만드는 데 일조해 버렸다. 다소 과한 듯 한 앨범 전체의 믹싱이 귀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의도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방법론적 측면에서 여러모로 서툴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Q>의 문제제기가 다소 공허해진 것은 비단 가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앨범에 함몰된 싱글의 비극이다.

이번 출사표는 (한국 언더그라운드)힙합이 갖는 이미지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담아낸 성명서다. 데프콘이 [Macho Museum]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한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한 크루의 수장이자 다른 아티스트를 존경하는 음악가, 그리고 음악씬에 오랫동안 몸 담은 MC로서의 책무는 충분히 다 했다. 또한 그가 전반적인 프로듀싱에 항상 발목을 잡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과물 역시 썩 나쁘지 않다. 최소한 그가 언급한 트릴로지 기획에 대한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했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이다. 박현빈의 트로트 무대에 랩 피처링을 하며 씬을 오고가던 그에게서는 나올 얘기가 무궁무진 할 것 같지만, 남은 숙제는 주조 방법이다. 부정할 수 없는 1인자의 가오와 '쩜오'의 외침으로 드러나는 간지의 차이는 깻잎 한 장 차이로 벌어지는 법이다.


-Track List-

1. Prologue 
2. The 1 
3. 어금니 
4. Interlude : Hero 
5. Hero 
6. Real Talk [Feat. San E, 조현아] 
7. Muh Fu**A 95 [Feat. Swings] 
8. Interlude : Q 
9. Q [Feat. Huckleberry P] 
10. ㄷ.R.E.A.M [Feat. D'action Of Untouchable] 
11. Monster [Feat. Verbal Jint] 
12. 0에서1, 無에서有 
13. Be Underground [Feat. JJK, Sleepy, Basick, Beenzino, B-Free, Rimi, Innovator, Minos] 
14. Rockstar [With Unrated, Dj Tiz] 
15. Robbin' Hood [Feat. Deepflow] 
16. LET'S ROCK [Feat. BASICK, INNOV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