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리파이스(Sacrifice) - Breed for War

2011. 6. 16. 15:02Album/국내

Artist : 새크리파이스(Sacrifice)
Album : Breed for War
2011. 6. 2


불휘기픈남간바라매아니뮐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헤비메탈-특히 그 중에서도 (광범위하게)스래시로 대표되는 비타협적 성향의 하위 장르들은 청자에게 친절한 음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편견에 가까운 이미지만 소비되거나 대중적으로 (특히 여성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탄탄한 씬을 바탕으로 충성스런 팬들의 지지와 함께 라이브 무대를 주 활동범위로 규정되는 이런 밴드들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여러모로 힘겨울 수밖에 없고, 조명이 집중되기도 힘들다. 새크리파이스는 록밴드가 당당한 지위를 갖기 힘든 현재 극단적인 장르를 추구하고 있다. 헤비메탈이 분열되며 각자의 영역과 영광을 찾아가며 세를 누리던 시기에도 스피드와 연주의 진정성을 원리주의자와 같은 인식을 통해 유지하던 유수의 밴드들과 같은 노선을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굳이 사설이 이렇게 긴 이유는, 새크리파이스의 두 번째 앨범에 대한 접근 자체가 애초부터 원천 봉쇄되는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쉐도우스 폴(Shadows Fall)이나 인 플레임스(In Flames)와 같은, 최소한의 멜로딕한 접근 요소를 가진 메탈 밴드들 보다는 세풀투라(Sepultura)나 소울플라이(Soulfly)들의 모양새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스트레이트한 기타와 질주하는 느낌을 증폭시키는 투베이스 드럼, 그리고 Ozzahn(권오상)의 보컬은 메탈밴드의 정통적인 구성과 느낌을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앨범 [Burning Rage]가 열악한 녹음 환경 탓인지 이들의 연주를 다소 맥 빠지게 들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의 믹싱은 이들의 강력한 사운드를 제대로 뒷받침 해 주고 있다. 타이틀 <Breed For War>에서는 6분여의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은 구성을 통한 완급조절과 더불어 스래시가 보여줄 수 있는 속도감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메탈리카의 [St. Anger]를 들어보면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이트/LA메탈과의 차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연주 테크닉의 발현, 그리고 메탈의 근본적인 형식미의 추구라는 가장 기본적인 헤비메탈에의 접근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앨범의 유기적인 구성을 위한 어레인지가 돋보인다. 물론 이것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만은 평가할 수 없지만, 스래시 혹은 메탈코어를 언급하게 되는 그루브와 리프와 구성을 통해 앨범의 일관되면서도 스스로 장르적 한계를 두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다. <Bible of Violence>나 <Devils Inner Mind>가 앨범 전반의 질주를 유지하면서도 피로를 상쇄시켜주며 안정적인 구성을 유지하게 돕고 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Back to the Jungle>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리프를 통해 ‘감상’행위 자체를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헤비메탈의 원초적 매력을 설득한다. 이것이 새크리파이스의 미덕이다. 이들은 헤비메탈의 가장 근본적인 육중함을 주 무기로 삼고 있지만 “현대적인 헤비니스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들의 이야기처럼 둔화된 기타와 드럼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위의 분류 용어로서 헤비 메탈은 수많은 하위분류를 가지고 있는 장르이면서 각각의 영역에 있어서 독자적인 작법과 의의를 가진 미묘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변화와 유지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강박적인 변화나 실험, 장르간 합의의 과정은 예상치 못한 패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슬레이어(Slayer)같은 거장 역시 때때로 겪었던 과정이기도 하다. 새크리파이스는 이제 막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지만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메탈 밴드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새크리파이스라는 밴드 자체의 독자적 영역을 준수하게 지켜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앨범 [Breed for War]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은 메탈 밴드이자 아티스트로서 가장 큰 난제를 스스로 극복 가능함을 유기적으로 증명해 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새크리파이스의 앨범이 우스꽝스런 그로울링이나 모슁으로 희화화되거나 팝의 터치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은 꽤나 아까운 일이다. 랩코어가 인디씬을 지배했다가 기타팝에 왕좌를 내주는 홍대의 길고 긴 권력 승계 과정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이들의 음악은,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비단 메탈 매니아 뿐 아니라 록 애호층 전반이 얻을 수 있는 음악적 지혜들을 내포하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적 자양분은 보이지 않게 대중음악사에서 꾸준히 돌고 돌며 존재해왔다.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Track List-
1. Our Blood Is Black
2. Pride Of God
3. Breed For War
4. Bible Of Violence
5. Devils Inner Mind
6. Die For You
7. Fire Fly Free
8. I Am The King
9. Holy Worth
10. Back To The Ju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