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시스터즈 -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2011. 3. 19. 03:27Album/국내

Artist : 미미 시스터즈
Album :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2011. 3. 21

좋은 컴필레이션

이 앨범은 카바레 사운드가 10여년 전 취했던 노선을 붕가붕가 레코드가 선택적으로 취합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조립하는지를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다. 현재까지 붕가붕가 레코드가 보여준 프로듀싱과 판매 전략은 (민망하게도) 책으로 발간되었을 만큼 독보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새로울 것은 없었다. 물론 컨셉트와 전략이 "대놓고" 드러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쿨한' 취향이 첨가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명품 소비 심리와 유사한 소비층의 경계선을 그어주면서도 속물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고, 더불어 절판과 경매라는 컬렉팅 욕구의 자극은 '1세대'로 명명된 인디씬의 역사에서는 흔하디 흔한 광경이었다.

차이점은 이 현상들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뤄졌다기 보다는 기획에 가까운 방식으로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틈만 나면 'The next big thing'을 외치던 외신의 호들갑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적당한 때가 되면 '신화의 재창조'를 꾀하는 비즈니스 전략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그런 쿨하지 못한 호소 따위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매무새니까. 하지만 아티스트의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지점일 경우에는 조력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는 힙합씬의 인맥대결과도 무관하지 않은 전략인데, 이미 장기하와 얼굴들의 신드롬을 베이스로 삼지만 이미지 싸움에서 승리한 덕에 미미 시스터즈는 리스너들이 알아서 이 질펀한 관계를 스스로 제거해 받아들이는 전리품을 얻었다. 물론 하세가와 요헤이, 크라잉 넛, 김창완, 로다운30, 서울전자음악단의 참여라는 환상적인 메리트도 함께.

최소한 이 앨범에 대해 '몇 가지 기획적 상술에 의해 뜬금없이 등장한 음반'이라는 촌평만큼은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었다. 그건 "강남 xx녀"로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디지털 싱글을 낸 후 장렬하게 행사장 뒷편으로 사라지는 초보적이면서도 서툰 마케팅에 대한 악플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리플은 재능 국어를 열심히 풀던 어느 초등학생도 달 수 있는 리플이지 않은가. 그래서 간신히 찾아낸 이 앨범의 도덕적 가치는, 7080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되어 복각되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최대한 온전한 방식으로 2011년에 수면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더불어 음반이 놀이동산 기념품화 되어버린 주류 팝 씬의 패키징 방식까지 섭렵해 접목시켜 또다른 '쿨'한 판매전략의 진화도 보여줬다. 통섭의 시대에 걸맞는 발전, 뒤처질 줄 모르는 진정한 '복고'의 탄생. 

다만 김창완과 하세가와, 윤병주, 신윤철, 크라인 넛의 존재감과 연주는 언제나 그랬듯 명불허전의 것이기에 뇌리에 깊게 박히지만 미미 시스터즈의 노래는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 게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미미 시스터즈의 보컬을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음은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고70]의 사운드트랙에 이 참여진들이 합세했었더라면 더 좋은 곡들이 나왔을 것이라는 '딴생각'도 할 지도 모른다.(물론 [고고70]에는 서울전자음악단이 참여했고, 심지어 그 앨범은 신민아의 목소리까지 있다.) 굳이 수록곡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2000년 초반 '음반'시장을 휩쓸던 컴필레이션 앨범의 홍수가 떠오른다. 기백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던 이미연의 [연가]는 물론이고 드물게 남성 모델을 내세웠던 이병헌의[허니, My Love]도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등장했던 [히어로]같은 앨범도 있었다.(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더 힙합 컴필레이션 [배두나의 EX] 였다.) 사양길로 접어들던 음반 시장의 마지막 불씨와도 같았던 그 음반들은 음원 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사장 된 지 오래지만,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다시 등장했다. 화려한 거장들의 참여가 돋보이며 표지는 미미 시스터즈가 장식했다.

-Track List-
1. (Tuning #1)
2. 미미미미미미미미
3. (Tuning #2)
4. 다이너마이트 소녀 (feat, 김창완)
5. 대답해주오 (feat. 로다운30)
6. 미미 (feat, 크라잉넛)
7. 우주여행 (feat. 서울전자음악단)
8. (Bonus Track) 내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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