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고 - [Ten] Go
2011. 3. 8. 03:09ㆍAlbum/국내
Artist : 텐 고([Ten] Go)
Album : [Ten] Go
2010. 11. 1
사적인 음악, 사적인 이야기
'텐 고'라는 이름을 이야기 하기 앞서서 필연적으로 우리는 레이니 선(Rainy Sun)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텐 고' 라는 기묘한 이름의 아티스트의 주인공이 레이니선의 정차식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아티스트 본인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 앨범이 그런 정체성에 기대어 판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분리되기를 바라는 것도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당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 앨범을 접하게 됐든 간에- '텐 고'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앨범은 거대한 야망이라든지 어떤 성취를 위한 목적 의식은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레이니 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앨범들이 어떤 정돈된 루트를 따라가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특정 장르를 소화해왔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외도'는 특별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귀곡메틀이라는 수식어를 (지금까지도) 유지하며 활동해 온 레이니 선 이었지만, [유감]에서 보인 어쿠스틱과의 조우라든지(정차식 본인은 이 앨범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크리스 바가(Chris Varga)와의 조우를 통해 재즈 터치를 가미해 실험적인 결과물 이상의 조류를 구축했던 그들의 행보는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항상 진화와 변용의 태도를 견지해왔다.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있는 듯 했지만 사실 그들(혹은 정차식)의 스펙트럼은 청자의 예상 이상으로 넓었다.
'텐 고'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번 앨범은 대부분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틀) 탱고로 채워져 있다. 일관된 구성과 곡조, 우리가 흔히 탱고라는 장르를 통해서 기대하게 되는 통속적 사운드를 통해 본인이 언급했듯 이 앨범이 '컨셉트' 앨범임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리엔텡고(Orientango)의 음악과 같은 리스너 친화적 태도의 음악 보다는 청자에게 어떤 이미지의 향유를 권하는 독특한 스코어에 가깝다. 대부분의 곡들이 기승전결을 유연하게 타며 <El Nuevo Aguero>와 같이 다소 빈약할지 몰라도 웅장함과 처절함을 동시에 발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물론 어느 순간에 '그 곡이 그 곡 같다'는 반응이 나올 법 하지만 예상외로 재생을 멈추게 되지는 않는다.
대체불가인 정차식의 보컬과 탱고라는 장르가 융합되는 순간은 히든트랙 <Tango Loco>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사운드의 질감으로 인해 그 효과는 감소되기에 [Ten Go]의 의미는 결국 개인적인 차원의 성취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사실 풍부한 편성과 텐션 강한 탱고를 원한다면 라 벤타나(La Ventana)의 음반을 듣는 게 좋은 선택일 것이다. 탱고의 향취만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가인의 [2/4]를 찾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앨범을 택하는 것은 청자들에게도 분명 개인적인 이유가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음악인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고, 호기심일수도 있으며, 허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거국적이든 개인적이든 간에 내가 이 앨범을 언급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작업물을 꾸준히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스코어 작업과 더불어 레이니 선 멤버들이 참여한 정차식의 정식 솔로 음반, 그런 것.
-Track List-
1. El Nuevo Aguero
2. Tango Cadencia
3. Tango Del Aliento
4. Fascination
5. El Abrazo Partido
6. Sunshine Drug
7. El Tren De Lunes
8. El Extrao Aguero
9. Tango Loco (Hidden Track)
10. Agosto (Hidden Track)
*캡슐뮤직(http://www.capsuleroman.com/)과 향에서 앨범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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