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LUE - 직감

2011. 4. 3. 23:45Track/국내

록은 상업주의에 물들어선 안되는 이 시대의 마지막 첨병인가. 이 질문은 모범답안도 없는 일종의 화두(話頭)이다. 물론 이것은 녹음된 멘트처럼 되풀이되는 "아이돌...점령...음악성..."같은 대답은 의미 없는 공허한 문장이란 것과 동일한 얘기다. 그렇기에 게거품을 물고 음악성 타령을 하거나 쿨하게 이들을 "인정"하는 것도 발전적이지 않다. 다만 이들에게 있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부분은, 밴드라는 구성을 가진 그룹이 앨범 레코딩에 있어서 스스로 연주하지 않는 것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에프티 아일랜드처럼 밴드 편성으로 소몰이 발라드를 재현하든, 쉬운 노래를 하든 그건 구매와 차트순위를 통해 대중이 평가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YB가 여섯번 째 앨범에서 윤일상의 곡 <잊을게>를 들고 나왔을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록 밴드'라는 정체성은 그런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차치하고 보면 노래는 세련되게 잘 빠졌다는 인상을 준다. TV중심 활동을 이어가는 밴드들이 인디든 아이돌이든 방송 활동을 위해선 '록 발라드' 혹은 서비스성 펑크록을 택해야만 했던 시절을 생각해 본다면 고무적이다. 이들이 표절시비가 일었던 그룹은 와이낫(YNOT), 즉 한국 인디씬에서 훵크(funk)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였고, <외톨이야>, <LOVE>에 이어 이번 <직감> 역시 마룬5로 대표되는 - 세련된 스트로크로 점철된 기타 중심의 음악을 재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이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갖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최소한 이번 싱글 만큼은 20대 정도의 여성들을 타겟으로 했을 때 유효한 음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대중음악씬의 포지셔닝은 혼란 그 자체이다. 물론 그런 혼란으로 인해 생각보다 과한 능력치를 갖는 가수들도 종종 눈에 띄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격투게임 초보자가 버튼을 비벼대다가 얻어 걸린 필살기로 승리를 거두는 정도의 퀄리티가 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이제는 돈이 썩어도는 기획사 사장님이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기를 바라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더 빠를 듯 하다. FnC의 가수들을 필수요소로 지정한다고 변하는 게 뭐가 있겠는가. 힛갤 가는 거?

*이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은 <외톨이야>의 표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기사에 따르면 FnC측은 "무분별한 표절시비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씨엔블루 측은 피터팬 컴플렉스가 해외 록 밴드들의 검증된 스타일을 답습해 스타일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무시를 당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애초부터 법적으로 와이낫이 이 싸움에서 법적으로 승리하기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 싸움은 대중음악가로서 씨엔블루의 완벽한 패배이며 바닥난 자존심만이 남았다. 물론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깔끔한 해피엔딩이겠지만, 고개를 빳빳이 처들고 훈계까지 하는 것은 차마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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