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 꿈에

2011. 3. 8. 17:24Track/국내


#1.'가수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아이돌이(10대가) 점령한 음악판'/'가창력의 부재'...등의 익숙하면서도 질릴만한 문장들로 점철된 음악판에 대한 평가는 강산이 몇 번을 변해도 정치판에 대한 염증처럼 변하지 않는다. 몇 가지 패턴화된유통과 홍보과정에 기형적으로 기댔던 시절을 지나 음'반'시장이 와해되고 온라인(음지) 유통을 지나 인터넷 음원 유통 기반 시장이 확립될 즈음, 음악의 유통과 인식 과정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이적의 <같이 걸을까>가 무한도전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되고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한 것이나 <슈퍼스타 K2> 이후로 과거의 곡들이 다시 생명력을 얻는 것은 '실시간 검색어'중심의 문화소비와 소비자들의 변화된 음악에 대한 인식이 융화돼 나온 현상일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약해지긴 했어도 그 강고한 위치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가장 큰 화제성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삽입곡'이 반짝 화제가 되는 현상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최근 <위대한 탄생>을 통해 화제를 얻은 부활의 곡들과 <나는 가수다>에서 선보인 베테랑들의 곡들이 현재 실시간 차트를 완전히 점령해 버린 것은 흥미롭다. 이런 현상을 두고 라디오, TV, 입소문, 현장 반응을 위주로 형성된 음악의 유통(화제 점령)방식의 변화에 통탄할 향유층도 있음은 물론이지만, 이제는 다른 차원으로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어떤 현상적 접근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음악이 온전히 음악 자체로 집중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썩 마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부차적인 장치(서바이벌)을 통해 과거의 음악이 새롭게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지점이다. 최소한 현재의 화젯거리는 포커스가 가수 본인, 가창력에 무게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사랑할수록> 이후의 부활의 곡들이라든지, 특히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과거에도 화제의 중심축을 잡고 있던 곡들은 아니었다. 박정현의 <꿈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곡이 점령했던 '감성'은 최근의 인디씬이 보여주는 어떤 조류 -박정현의 [Op.4]가 지녔던 일정 부분의 감성이 효율적으로 극대화 되어 차별화(명품 전략)된 것에 가깝다. 세련된 '징징거림'은 누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다 - 와 맞닿아 있다. '고급 가요'에 대한 (병적인/이성적인) 요구는 음악계에 지속적으로 마약이자 치료제였다. 음악에 대한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시점에 다시 '1등'을 차지한 박정현의 <꿈에>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듣고 있으면 새삼 시스템과 풍토의 변화는 거대하지만 약삭 빠르고, 쉽게 재단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 개입할 수 없는 거대한 물살과 같다.

#2. 아무튼간에 박정현의 <꿈에>는 당시 <Plastic Flower>와 더불어 정석원의 유려한 능력이 완전히 빛을 발한 작품이다.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상투적인 요소와는 별개로)세련된 내러티브에 기반한 가사, 그리고 발라드/R&B라는 이름의 장르가 갖는 장점에 통속적 편성을 제한 이 곡(들)은 한 씬을 지배했었다. 하지만 박정현에게 있어서 넘지 못할 벽이 된 하나의 족쇄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앨범 [On & On] 부터 줄어든 그녀에 대한 관심도 그렇게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도 타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귀환은 <꿈에>와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대중음악이란 판은 정말이지 예측 불가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