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 - Love, Curse, Suicide

2011. 2. 21. 17:03Album/국내


Artist : UMC/UW
Album : Love, Curse, Suicide
2010. 11. 23

UMC매거진의 제자리 찾기

한 인터뷰에 따르면 가리온은 비교적 명확하게 UMC의 위치를 지정하고 있었다. 분명 "UMC만큼 특정 테마를 센스있게 다루는 사람이 없지만, 그러한 면모가 스킬의 역량으로 판단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물론 모든 평가가 항상 이성적이지만은 않기에 그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고가는 것이겠지만 최소한 평가의 영역에서도 영역의 구분짓기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물론 그의 앨범을 사든, 다운을 받든, 씹어대든 자유이지만) 세 번째 앨범에 이르러 그는 소니ATV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까지 극장에서 개봉했다. '초도물량 소진'이라는 특별한 이미지 까지 부여받은 이상에야 "그의 랩은 랩인가? 내레이션인가?"같은 질문은 이제 대학 강의실에서 역량 테스트용으로 쓰일 만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이번 앨범에서는 두 번째 앨범 [One/Only]를 들으며 감지할 수 있던 불안함과 그가 테크닉적 역량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트랙 초반의 출사표 트랙의 가사는 이전 앨범과 비슷한 방식이고,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선 줄기차게 유효타를 친다. 특히 <안 사랑한다>와 <선배학 입문>, <오늘은 널 만날긔야>에서 보여주는 시의성과 개인적인 불만과 어두움을 재기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UMC가 여전히 힙합씬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선 공개 되었던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는 의식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쾌함을 느낄만큼 광범위한 메시지를 담으며 대중을 건드린다. 하지만 <Media Doll pt. 3>에서 보여주는 소재의 반복적인 변용은 정체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훅 이전의 불협음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방송될 일은 없겠지만) 타이틀 곡인 <내가 쓰러지면>은 앨범 말미에서 모든 내용을 통째로 압축해 잘 정제된 방식으로 들려주고 있지만 이제는 이러한 곡들은 사족으로 들릴 만큼 유효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징조는 <Omeg>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그의 음악이 확실한 가치관에 기반한 아이디어와 소재중심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선배학 입문>과 스킷은 그 어떤 디스곡보다 통쾌하고 9x학번 시리즈의 종결처럼 들리는 <직장인의 노래>는 이상적이지만 분명 위악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통렬함이 이번 앨범에서는 그의 스킬을 통해 빛나기 보다는 '선점'에 의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은 UMC의 유효기한을 예측하게 만들어 버린다.

UMC의 앨범은 이제 한 권의 잡지처럼 약간의 변용을 통한 메시지의 효율적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매지리 가는 버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pt.2>, <사랑은 재방송>의 정서는 인간으로서의 공통적 감각을 관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그에게 어떤 '발전'과 '향상'을 다그치며 이 앨범을 공격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결론적으로 그의 방법론을 지탱하는 것은 UMC본인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 바로 개인적인 차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에게 기대해야 할 것은 어떤 선동이나 혁명이 아니다. 그는 꾸준히 씬의 왕따로 남아 이 비정기적 선언을 지속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ps : 이 앨범에서 개인적인 유일한 '불만'은 보너스 트랙이 전작보다 웃기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Track List-
1. 나와 대중매체/너와 나 (intro) 
2. 내 스타일 알잖아 
3. Media Doll 3.0 
4.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1.01 
5. 매지리 가는 버스 
6. 사랑은 재방송 
7. OMEG 
8. 오늘은 널 만날긔야 
9. 선배학입문 
10. 선배와의 대화 (skit) 
11. 직장인의 노래 
12. 안 사랑한다 
13.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Pt.2 
14. 내가 쓰러지면 
15. 10 Seconds (outro) 
16. [Bonus] Making the Recor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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