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리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2012. 12. 4. 15:54Album/국내

 

Artist : 프라이머리(Primary)

Album : Primary And The Messengers

2012.11.01

 

The Future has been Here?

 

기존까지 발표되었던 국내의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레이블, 크루, 마케팅 컨셉을 중심으로 발매되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국내 힙합씬에서 MC 개개인이 아닌 프로듀서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현도를 중심으로 발매되었던 [The New Classik…And You Don't Stop]과 랍티미스트의 앨범들이 있지만, 이는 프로듀서 역시 한 명의 솔로 아티스트와 유사한 포지션으로 인식되었다. 프라이머리는 '프라이머리 스쿨', '프라이머리 스코어'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와 작업물들을 통해 비트메이커와 MC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조화가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조금씩 각인시켜왔다. 이번 프로젝트 [Primary And The Messengers]는 그가 진행해온 명확한 컨셉트의 작업물보다 프라이머리라는 프로듀서의 카리스마와 역량에 기댄 작품에 가깝다.

아메바컬쳐라는 하나의 레이블의 성격이 유난히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기획임에도 장르를 넘나들며 20여 명의 아티스트를 진두지휘하며 하나의 앨범으로 완성한 그의 역량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센스있는 뮤직비디오와 프라이머리라는 (박스를 뒤집어쓴)캐릭터, '가오'를 잡지 않으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러브송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전형적인 "산토끼와 집토끼"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성공적으로 대중들에게 안착한다. - 한동안 수많은 20대 청춘남녀들이 '입장정리 (Feat. 최자 of 다이나믹듀오, Simon D of 슈프림팀)'에 꽂혀 헤어 나오지 못했던 현상을 생각해보자 - 의도가 어찌 됐든 이 앨범이 갖게 된 몇 가지 의미 중 하나는, 시대에 하나씩 등장하는 '힙합 입문'용 앨범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이는 이지-리스닝 앨범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난다.)


특히 '씨스루 (Feat. Zion.T, 개코 of 다이나믹듀오)'와 같은 제대로 잘 빠진 클럽튠의 곡들과 '만나 (Feat. Zion.T)', '멀어 (Feat. Beenzino)'와 같이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곡들 사이에서  "폭발"하고 있는 '독 (Feat. E-Sens of 슈프림팀)'이라는 하나의 싱글에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어떤 곡들의 인기보다도 의미 있다. 기존의 랩 버스(verse)-훅(정확히는 보컬 피처링의 '싸비')이라는 전형적인 편곡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의 여부가 인디 힙합씬의 대중성 획득의 가늠자였던 것을 기억해보면 오롯이 이센스의 랩과 가사만으로 SNS를 달군 프라이머리의 성과는 다소 정체된 힙합씬의 다양한 포인트를 제시했다. 거기에 기교가 넘치는 솔 보컬리스트/속사포 래퍼로 양분화되어 박제된 평가의 틀만 존재했던 국내 블랙뮤직 아티스트 평가 지표를 무참히 박살 내버린 자이언티의 존재가 효과적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한 프라이머리의 지향점은 앨범 내내 어지럽게 넘실대는 싱글들(과 참여 아티스트)의 편차처럼 불확실하다. 따로 떼어진 싱글로만 보았을 때와 다르게 LP 버전으로 등장한 하나의 앨범은 20개의 트랙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희석돼 찾아보기 힘들다. 잘 빠진 비트들이 빛나는 순간은 평이하고 안전함 속에서 가능해 보이고, 선 공개되었던 CD1의 곡들에 비해 CD2의 곡들이 B-Side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곡 배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 앨범을 두고 "백화점식 앨범"이라고 게으른 시비를 걸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 (Feat. E-Sens of 슈프림팀)', '3호선 매봉역 (Feat. Paloalto, Beenzino)', '거기서 거기읾 (Bonus Track) (Feat. 다이나믹듀오, E-Sens of 슈프림팀, Boi B of 리듬파워)'과 같은 곡들이 (평가를 차치하고) 앨범 안에서 사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은 프라이머리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다지 성공적이지만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쨌든, 프라이머리는 새로운 스탠스를 통해 힙합씬은 여전히 폭발력과 매끄러움을 갖고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스스로의 세계관을 훌륭히 확장시켰고, 스스로를 힙합씬의 '거물'로 끌어올렸다. 거기에 마스터플랜-소울컴퍼니-오버클래스로 대표되던 크루와 레이블 중심의 힙합씬의 핵심 무브먼트의 존재감이 미약해진 지금, 프라이머리(와 아메바컬쳐)는 원하든 원치 않든 힙합씬의 부흥에 대한 의무를 부여받았다. 지금까지의 프라이머리의 행보로 보았을 때 이번 앨범이 그의 완성형이자 대표작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 비평/장르적 관점을 떠나 팝으로서의 완성도를 제대로 갖춘 그의 역량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다만, 'I'm Back (Feat. Yankie, Double K, 지오 of 엠블랙)'에 제기된 멜로디 차용 혐의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최대의 비극)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Track List-

CD.1
1. 요지경 (Feat. 슈프림팀, Yankie, Mellow)
2. Happy Ending (Feat. 진실 of 매드소울차일드, 개리 of 리쌍)
3. 말이야 (Feat. 가리온)
4. 만나 (Feat. Zion.T)
5. 멀어 (Feat. Beenzino)
6. Love (Feat. Bumkey, Paloalto)
7. 씨스루 (Feat. Zion.T, 개코 of 다이나믹듀오)
8. Mine Tonight (Feat. Jinbo, Dok2)
9. 입장정리 (Feat. 최자 of 다이나믹듀오, Simon D of 슈프림팀)
10. 하이엔드걸 (High End Girl) (Feat. Deez)

CD.2
1. 2주일 (Feat. 리듬파워)
2. ?(물음표) (Feat. 최자 of 다이나믹듀오, Zion.T)
3. 축하해 (Feat. 다이나믹듀오, 박재범)
4. I`m Back (Feat. Yankie, Double K, 지오 of 엠블랙 )
5. Playboy`s Diary (Feat. 정기고, Dead’P)
6. Interlude
7. 독 (Feat. E-Sens of 슈프림팀)
8. 3호선 매봉역 (Feat. Paloalto, Beenzino)
9. Outro
10. 거기서 거기읾 (Bonus Track) (Feat. 다이나믹듀오, E-Sens of 슈프림팀, Boi B of 리듬파워) (CD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