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섬 - 망원동로마니

2012. 9. 2. 01:41Album/국내

 

Artist : 신나는 섬

Album : 망원동로마니

2012. 08. 16

 

생활 밀착형 음악

 

지금이야 10cm를 비롯해 좋아서 하는 밴드, 바드(bard), 버스커 버스커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길거리'에서 얻은 자양분을 앨범으로서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캐비넷 싱얼롱즈의 앨범 [리틀 팡파레(Little Fanfare)]가 발매되었을 당시만 해도 버스킹 밴드에 대한 인식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다. "정규 무대가 아닌 어딘가"를 지칭하던 '길거리'는 이제 방송과 공식적인 무대를 벗어난, 또 하나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그라운드로 자리 잡았고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씬(scene)"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정리는 밴드 멤버의 구성과 활동 영역으로 아티스트들의 결과물의 이미지를 멋대로 재단해 소비하는 미디어의 특성과 융합돼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그 길거리 역시 '홍대 어딘가'로 규정되듯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국내 밴드들의 음악적 다양성은 여전히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나는 섬은 앞서 언급된 몇몇 밴드와 편성상의 공통분모를 갖는, 일종의 '이지리스닝' 지향적 어쿠스틱 밴드다. 보컬 곡보다는 연주곡의 비중이 높으면서 아이리쉬 음악에 대한 지분이 상당 부분 감지되는 지점에서 바드(bard)의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바드의 유목민적 혹은 유럽풍의 정서와는 다른, 일종의 현지화된 감성을 읽어낼 수 있다. 거기에 '라라라'와 같은 곡에서 레게의 리듬을 빌려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이 여행"에 대해 노래하며 '비 와라'에서 "바람은 바다로 멀리 불어라..."라고 외치는 모습은, '떠돌아다니는 자'의 노래라기보다는 '떠돌지 못하는 자'들의 외침에 가깝다. 거기에 이들은 이미 데뷔EP [신나는 섬 첫번째 미니앨범]의 '야옹군 답장 부탁해'나 '오키나와에 사는 듀공씨에게' 등의 곡에서 보여주었던 회한과 비극으로 뒤덮일 수 있는 정서를 재단하는 재주를 보여줬다. 이번 앨범에서는 '별빛행진곡'의 동화적 발랄함을 거쳐 '위로의 노래'를 통해 "블로그질"을 통해 향유되는 이국의 풍경이 아닌 낯설지 않은 지금, 여기 어딘가의 삶을 녹여낸다.

 

오롯이 '이 땅 어디에서 나고 자란 음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타국의 민속 음악에 기반을 둔 밴드의 결과물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앞서 언급했듯) 피상적 이미지만으로 소모되기 십상이다. [망원동로마니]가 갖는 미덕은, 별다른 텍스트로서의 설명이나 이미지 메이킹 작업 없이도 지금 우리의 주변과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팬시한 이미지의 합정-홍대-상수로 일컬어지는 '트렌디 마포 음악 씬'의 감성보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도는 음악가들의 정서에 가깝고, 이는 팔자 좋은 집시의 놀음, 연회, 춤보다는 청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구슬프고 소소한 사연들을 개입시키기 좋은 열린 정서를 제공한다. 앨범 전체를 구성하는 순간순간 익숙한 진행과 멜로디를 마주치는 순간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이 흠이 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진부함' 보다는 말 그대로 반가울 법한 '익숙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신나는 섬의 온 스테이지 라이브를 보고 난 후 이들의 앨범에 대해 이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동로마니]는 백 명의 청자가 있다면, 백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박한 힘이 있는 앨범이다. 이것은 우연히 [망원동로마니]를 들으며 망원시장에 들렀을 때, 몇 가지 풍경과 사람들의 냄새와 장난스러운 폴카리듬, 그리고 대형 할인마트 반대 현수막이 어우러지던 순간을 경험하고 난 후 결론이다. 굳이 첨언하자면, [망원동로마니]는 '월드뮤직'이란 거친 분류 하에 소비되는 음악 속에서 진중하지 않으면서도 (지겨운 표현이지만) 한국적인 향취와 밴드 특유의 색을 담아낸 앨범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의 앨범"이 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일상의 앨범"으로 꽤 오랫동안 플레이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에 기반한 예감을 무책임하게 던져본다.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Track List-

1. 별빛행진곡
2. 크루멜리스
3. 라라라
4. 빨간구두
5. 이끼의 숲
6. 위로의 노래
7. 다니다
8. 망원동로마니
9. 지붕 위 세레나데
10. 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