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blo - Undefined

2010. 10. 24. 12:00Album/국내

Artist : Diablo
Album : Undefined
2010. 04. 15

이 땅에서 메탈을 한다는 것은

[Desirous Infection] 이후 10년 만이다. 크래쉬(Crash)와 함께 한국 헤비메탈씬을 이끌어나갈 카리스마로 지목되고 서태지의 괴수인디진 영입으로 숱한 화제를 뿌리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레이블 문제로 내홍을 겪으며 활동은 정체되고, '봉인'에 가까운 휴식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2007년 펜타포트를 통해 컴백해 활발한 라이브활동을 보였지만 2009년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은 외적 문제로 인해 발매 쇼케이스까지 치른 상태에서 정지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겨울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보컬 박정원은 디아블로를 탈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 (무려)17년 차에서야 내놓은 두 번째 앨범은 거창하지 않다. - 관록의 밴드가 내놓은 씬에 대한 출사표라든지 혹은 그간의 성과를 집약한 혁명적인 결과물 등등- 사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헤비메탈 밴드의 생존 신고서에 가깝다. 앨범 타이틀과 달리 변화와 실험을 통한 장르 교배나 트렌드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본질적인 '진화'등을 언급할 수준은 아니다. 시종일관 사정없이 몰아치는 보컬, 쇳소리에 가까운 스네어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다. 헤비메탈의 꽉 짜인 구성에 익숙지 않은 청자를 배려한 듯한 <Dust>가 눈에 띄지만 간간이 배치된 힙합적인 느낌의 드럼 비트만을 제외한다면 메탈의 작법을 탈피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감상용으로도 적합한 헤비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뚝심과 아집을 혼동해 시대착오적이거나 자기만족에 가까운 진화에의 거부를 보이고 있는가? 러닝타임은 강렬한 사운드를 버텨낼 수 있을 만큼 적정한 수준이고, 드럼의 더블 베이스 사용은 시의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태지밴드 출신의 최창록(rock)의 영입으로 트윈기타 체제를 이뤘지만 부담스런 테크닉 과시용 기타 솔로로 피로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달리는'곡들 사이사이에 배치된 <Cold>, <Dust>, <Mr. Breaker Pt.2>는 미미하지만 꽉 짜여진 앨범 사이에서 맥이 빠지지 않는 선에서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 일견의 메탈 밴드들이 척박한 씬에서의 해법을 장르 조합과 그 안에서의 멜로디에서 찾았다면 디아블로는 기성의 작법을 다듬는 정공법을 택했다. (뮤직비디오에서의 전략적 여성 보컬의 등장으로 이들의 변화를 가늠하는 것은 섣부르단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결국 외부로 돌아간다. 분명 [Undefined] CD안에서 12트랙은 난폭하지만 평화롭게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그 성취와 지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멈출 수는 없다. 정통성의 유지에 대한 책임을 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관성이 모든 것을 책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 음악씬은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정통성이라 쓰고 '박제'라고 읽고 있다. 시종일관 어둡고 고뇌하며 홀로 고통받고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암시하는 가사가 불특정 다수의 심연을 표현했다기보다는 현재의 디아블로를, 혹은 작금의 정통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메탈 밴드들의 현주소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I wanna run/I need to run/but my legs are torn & broken', <Goose Bumps>) 한국에서 헤비메탈의 입지가 '허리케인 블루'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Dust>의 한국어 버전과 윤도현의 보컬 참여의 어색함과 작위성을 지적한다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이 '부활'이 뒤틀린 씬의 모순을 뚫고 잃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예견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섣부른 판단이다. (이 글을 작성하고 약 한 달 뒤에 앨범이 오프라인에서 발매 되었다.) 여전히 '살아남기'가 최대 화두인 현재의 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지겨울 법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사라지고, 누군가는 살아남고 - 누군가는 조롱한다.

-Track List-
1. Intro 
2. Goose bumps 
3. Crying Sunset 
4. Cold 
5. Too strong to surrender 
6. Dust
7. In the name of scar 
8. Mr. Breaker Pt.2 
9. F.U.C.K [Fear Ur Crave to Kill] 
10. Mirror 
11. Outro 
12. Dust (Korean Ver.) [feat. 윤도현]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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