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 Aurora

2010. 11. 2. 01:24Album/국내

Artist : 데이브레이크
Album : Aurora
2010. 08. 05

보편적인 존재의 明과 暗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데이브레이크의 첫 앨범 [Urban Life Style]이 발매되었을 당시 이들이 한국의 몇몇 밴드들이 밟는 - 전형적이면서 안타까운 -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컬 이원석과 베이스 김선일이 몸담았던 이전의 밴드 브런치(brunch) 의 [Imagine] 의 경우에도 안정적인 앨범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때부터 보여주었던 프로듀싱의 패착에 가까운 결과물은 데이브레이크의 데뷔 앨범에서도 이어지고 있었고, 이는 이원석의 친화적인 보이스와 다채로운 장르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멤버들의 연주실력을 침몰시키고 있었다. 그랬기에 미미했던 반응, 한국 밴드의 고질적인 이합집산, 한두장의 앨범과 함께 사라지는 운명은 예견되었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부활의 신호탄이 된 EP [New Day]부터 보여준 모습이, 고난의 과정을 통한 혁명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신화화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이들은 편의상 '인디 락 밴드'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보편적인 긍정과 희망, 그리고 사랑과 다양한 감성이 묻어나는 관한 곡들은 시대정신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가장 대중적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상 '레드 오션'의 영역에서, 그것도 락 밴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었고, 데이브레이크는 그러한 차원에서의 성장을 이번 앨범 [Aurora] 에서 어느 정도 이해했음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데뷔 앨범의 <단발머리>, <인디언 인형처럼>과 같은 커버곡에서 여실히 드러났던 이들의 센스와 이원석의 보이스컬러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여러 장르에 접근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재원이고, 이는 곡의 편차를 불문하고 안정적이고 허전함 없는 편곡을 보여주며 이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Aurora~새벽의 빛>과 <Fantasy>. 그리고 <들었다 놨다> 에서처럼 스트링과 브라스 섹션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넘치지 않는 화려함을 보여주는 안정적인 진행방식은 연령과 취향의 구분을 넘어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고, 무색무취의 발에 치이는 돌멩이와 같은 밴드 레퍼토리로의 전락은 안정적이면서 개성 있는 보컬의 음색을 통해 희석되고 있다.

특히 보편적이면서 잘 짜인 구성의 밴드 음악을 원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패턴화된 형태가 엿보여도 부담 없는 접근성을 제공하는 <Turnaround>와 <불멸의 여름> 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 트랙 <세상이 부르는 노래>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꽤 탄탄하면서도 번잡하지 않게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이 앨범에 사실 불만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애정을 선뜻 내비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을, 다시> 에서의 감성적(혹은 감상적)인 정서는 한국 락밴드의 앨범 한구석에 관습적으로 수록되던 발라드 넘버의 21세기 형태이고, 5~6분여의 러닝 타임을 리드하며 청자를 붙잡을 수 있는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특히 장장 6분 51초의 <머리가 자란다> 를 이끄는 주요한 원동력이 흡입력 있는 곡의 구성보다는 스토리 라인이 명확한 가사의 힘이라는 사실은 밴드에게 있어서 치명타이다. <들었다 놨다> 는 분명 락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라디오 친화적 싱글의 정점인 것은 분명하고, 이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과연 이 곡이 이들의 시그니쳐가 될 것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겨둘 수밖에 없다.

이들의 새로운 출발에, 나는 여전히 큰 기대를 갖고 있으며 애정을 갖고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그리고 영리하게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Aurora]를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는 사실도. 하지만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경향은 안전하고 무난한 방식으로의 편취를 의심케 하고, 발전과 진화에 대한 기대를 삭제시켜 버릴 위험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수 십만 곡의 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남고 인정받는 방법에는 여러 경로 (그것이 예능이든, 검색어든, 페스티벌이든, 영리한 기획력이든)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순수하게 노래의 매력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가오잡기용 락밴드 포지셔닝이 아니다. 가장 대중적인 노래의 전제가 필요하단 얘기다.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 보편적이면서 좋은 노래를 한다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Track List-

1. aurora ~ 새벽의 빛 ~
2. fantasy 
3. 들었다 놨다 
4. 머리가 자란다 
5. 불멸의 여름 
6. turnaround 
7. 가을, 다시 
8. 꿈속의 멜로디 
9. rock & roll mania 
10. 에라 모르겠다 
11. 세상이 부르는 노래


(네이버뮤직 기고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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