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 Fall - Les Miserables

2010. 10. 24. 11:58Album/국내

Artist : Lucid Fall
Album : Les Miserables
2009. 12. 10

촌스럽고 뻔한 음악의 효용

루시드 폴의 (전업 음악인으로서의)컴백은, 한국 인디씬의 최대의 화두인 ‘감성’의 회귀로 치환 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다. 특히 홍대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다수의 인디 뮤지션들이 매스 미디어와 광고주의 요구에 이끌리거나, 이벤트적 이미지 메이킹에 기대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철저히 음악적 역량으로 입지를 넓혀가던 루시드 폴의 존재는 그의 음악과는 달리 '핫‘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앨범의 만듦새는 예상과는 달리 깔끔해 보인다. [레 미제라블]이라는 타이틀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와 <고등어>나 <문수의 비밀>이 품은 다소 교과서적인 메타포는 그렇게 특별하지만은 않다. 처절한 고독의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과 악기의 편성역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배치로 안정적인 진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윤석의 날카롭기까지 한 보이스 역시 여전하고,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를 넘나드는 가사 역시 깊이감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고 있어요>는 풍부하면서도 정체되지 않는 조윤석의 감각까지 더불어 보여준다.

이러한 잘 짜여진 구성은 조심스럽게 자기복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 앨범부터 전면적으로 드러나던 그의 시선은 <평범한 사람>에 이르러 부담스럽지 않은 팝으로 변용되었고, 이와는 정 반대로 <레 미제라블 part.1>,<레 미제라블 part.2>는 한층 직접적이면서도 익숙한 방식으로 동시대를 은유한다. 갑자기 비대해진 스케일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비극적 멜로디와 선율은 과잉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가슴을 때린다.

하지만 이러한 무난함을 기분 좋게 바라보기에는 불편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자연과 풍경보다는 당장 눈앞의 개인적 현상과 사건에 집중하는 것에 열광하는 현재의 음악 흐름과 더불어, 현실 반영에 대한 의지에 팬시적 미학이 없는 것을 촌스러움으로 여기는 현재의 “마이너”감성은 현재의 루시드 폴에게 유리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앨범의 모든 곡이 대부분 균등한 완성도를 가진 것은 오히려 감상에 있어 지루함으로 인식되기 십상이고, 매끄럽게 짜인 곡 구성은 '특정한' 감성의 청자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어>와 <문수의 비밀>이 가진 “촌스러움”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 노래 자체의 힘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내면의 (감성이 아닌)감정에 대한 집착과 불안정한 실험에 치중한 음악에 익숙해진 세상에 대한 투영이 시사하는 바는,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졌던 동시대에 대한 파급효과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뇌리를 때릴만큼 강한 것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커리어와 개인의 환경변화와 시선을 유지하던 루시드 폴은 일련의 노출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범한 음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 안정된 감각이 비루함으로 취급받을 위험이 존재하는 세상은 그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달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기형적 입맛에 대한 아쉬움이 앞설 것인지, 아니면 변화하지 못한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Track List-
1. 평범한 사람 
2. 걸어가자 
3. 레미제라블 Part 1 
4. 레미제라블 Part 2 
5. 벼꽃 
6. 고등어 
7. 그대 슬픔이 보일 때면 
8. 외톨이 
9. 그대는 나즈막히 
10. 알고 있어요 
11. 문수의 비밀 
12. 유리정원 
13. 봄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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