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 Life Time

2011. 3. 5. 03:15Album/국외


Artist : Be.
Album : Life Time
2011. 2. 17

기타의 노래

얼마전 신문에 등장한 기사는 '어쿠스틱'(정확히는 "통")기타의 부활에 대해 알리고 있었다. 물론 이 영향은 대체로 <슈퍼스타 K2>와 쎄시봉, 아이유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었고 더불어 낙원상가의 때아닌 호황(?)까지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어쿠스틱 기타에 대한 친숙함(만만함)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이면에는 사실 기타라는 악기 자체가 갖는 '오부리'문화와도 무관하지는 않다. 어쿠스틱 기타의 친숙함이 '커버'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흐름은 산타나의 곡들이 블루스 타임에 인기 있던 것에 가깝다고나 할까.(데파페페의 연주든, 일렉기타 커버든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연주곡은 "Canon"이다.)

여하튼, 어쿠스틱 기타 듀오 Be.의 [Life Time]은, 시장성이 있지만 막상 제한적 분야에서만 힘을 발휘하던 한국 인스트루멘탈 시장에 몇 가지 가능성을 던져주며 라이센스 되었다. 사토 켄지(佐藤健治)와 하마사키 카이세이(浜崎快声)로 구성된 Be.는 2005년 결성돼 2008년 앨범 [4 Seasons]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Life Time]을 통해 메이저로 데뷔했다.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 듀오'라고 명명된 수식어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Pat Metheny의 [One Quiet Night]를 떠올리기 보다는 데파페페를 연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연주곡 말이다.

이 쯤 되면 흔히 말하는 '이지리스닝'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물론 [Life Time]역시 그런 카테고리 안에서 연주가 이루어지지만 [Life Time]의 미덕은 어쿠스틱 기타가 가진 접근성을 기반으로 하되 게으른 멜로디와 화성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음악이 주로 '배경음악'의 효용을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는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モノクロ一ム (Monochrome)'는 기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Starting Over'와 'Step By Step'에서 보이는 구성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리듬감과 질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ペテン師の戀 (Lowdown)'의 멜로디 라인이 다분히 클리셰이긴 하지만 이를 어떤 게으름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적 지루함을 위한 배려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특히 가장 빛나는 순간은 'Just Now'에서 느껴지는 "모던함"이다. 이 곡이 6분에 가까운 길이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캐치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한국 모던락 밴드들의 매력과도 상통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곧바로 가사와 함께 곡을 붙여도 어울릴 듯한 구성은 '이지리스닝'의 한도 내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한계 지점에서 선보이는데, 이는 한 일본 팬의 코멘트("어쿠스틱 기타의 경연 가사가 없는데도 마치 노래를 부르고있는 것 같은 이상한 세계입니다.")가 보여주듯이 연주와 가창의 극한의 분리에 익숙한 청자들에게 접근하는 몇 가지 좋은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Life Time]이 던져놓는 몇 가지 해결책은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Instrumental이라 쓰고 MR로 읽으며 "공공장소"에서(만) 연주되는 상황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가진 이들에게는 관심이 갈 법도 하다. [Life Time]은 부클릿과 함께 '여행' 이라든지 '삶'에 대한 고찰까지 연주를 통해 이미지에 대한 이해까지 노리고 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누군가의 일상에 비집고 들어갈만한 곡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일상로의 침투는 게으른 고찰로 뒤덮인 몇 개의 웹툰같은데서 말하는 일상적인 따분함과는 거리가 있다. 기타의 노래와 멜로디가 그렇게 게으르게 소비되기에는 좀 아깝지 않은가?

[Life Time]은 솔직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꼬시는' 노래다. 물론 속 빈 강정같은 보도자료가 아니라 음악으로 말이다.

-Track List-
1. Starting Over 
2. あなたのそばで (Close To You) 
3. Remember Me? 
4. Just Now 
5. モノクロ一ム (Monochrome) 
6. Interlude (Higglety Pigglety) 
7. Step By Step 
8. Windy 
9. マカロンdays (Macaron Days) 
10. ペテン師の戀 (Lowdown) 
11. おもかげ (Omokage) 
12. Lif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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