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REAL

2010. 12. 16. 15:53Album/국내


Artist : 아이유
Album : REAL(EP)
2010. 12. 15

3단 부스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어느 시대이든, 어느 씬이든 '호들갑'은 경계의 대상이다. 특히 근 몇 년간 성욕과 평가의 혼재 속에서 호들갑을 합리화 하느라 말아먹은 평가의 영역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이유의 이번 앨범을 받고 나면 모 필자의 말 처럼 '깔 게 없는' 가수를 만나게 된다. <걸국지-아이유의 등장>편의 말미에서 설명하듯, "어리고 귀엽고 노래 잘 하는데 장사없다."는 얘기다. 데뷔 EP [Lost and Found]에서 보여준 <미아>의 감성이 (의도가 어쨌든) 다소 작위적인 아티스트 이미지 메이킹에 가까웠기에 호기심의 대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면 [Growing Up]에서는 기존의 걸 그룹 아이돌의 이미지를 깔끔한 음악과 접목시켜 또 하나의 길티 플레져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두 번째 EP [IU...IM]의 <마시멜로우>라는 과욕의 단계를 거쳐 [REAL]의 <좋은 날>까지 당도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움짤과 언더그라운드 덕후, 그리고 음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흩뿌렸다. '여고생 가수'라는 수식어로 활동하는 아이돌(?)의 행보라고 보기엔 재미있는 부분이다. 손담비의 <Queen> 커버에서 드러나듯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오는 어린 음악가의 이미지와 귀여운 안무를 동시에 소화하는, 결핍과 (소비자)욕구가 평행선을 달리는 한국 음악씬의 환경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얼터너티브'형 위치를 선점(혹은 개척)했다.

#2. <좋은 날>역시 그렇다. 뮤지컬을 연상 시키는 무대와 "나는요/오빠가 좋은걸" 같은 가사, 시즌 송으로 적합한 편곡을 통해 매끄럽게 접근 하면서도, 보란듯이 "하나, 둘"을 세고 천진난만하게 3단 부스터를 발동시킨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얻으며 족쇄처럼 따라 붙는 가창력 논란을 간단하게 불식시키는 영민함에 부연설명은 더 필요 없을 것이다. 특히 스트링세션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인해 곡을 망쳐버리는 여타의 사례와 차별화 되는 편곡은 감상에 있어서 굳이 뮤직비디오와 병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상, 김형석, 윤종신, 최갑원, 이민수, 신사동호랭이, 김이나, Saint binary, 전승우, PJ, 민웅식 등 국내 가요계 최정상급 작가"들이 참여했다는 앨범치고 존재감은 참으로 미약하다. 이것은 노래의 편차, 밋밋함과 차분함을 잠시 착각한 듯 한 수록곡들의 존재감과 더불어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아이유의 방향성과 여전히 맞물려있다.

#3. [REAL]은 - '미니앨범'이라는 괴상한 형태의 포맷이 자리잡은 이 씬에서 - 매우 성공적이고, 좋은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옹박]의 한국 포스터 카피가 떠오르기도 한다. 3단 부스터 패러디는 넘쳐나고 사람들은 환호한다. 심지어 몇몇 가수들은 아이유와 한 무대에 섰을때 의도치 않게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지금 아이유에게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필시 기존 음악씬에 대한 몇 가지 염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지금 아이유가 소비되는 방식도 기존의 포맷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아티스트 논조'를 강제로 들먹이며 목을 조르는 건 치사한 짓이다. 좋은 노래, 그리고 좋은 가수가 잘 만난 친환경 에코백 같은 앨범을 만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물론 클라우저는 에코 콘서트장을 때려 부쉈지만)

-Track List-
1. 이게 아닌데
2. 느리게 하는 일
3. 좋은 날
4. 첫 이별 그날 밤
5. 혼자 있는 방
6.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7. 좋은 날(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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