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Must Go

2014. 5. 12. 23:36Focus

모든 것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슬프게도.



누군가는 울부짖었고, 누군가는 무심했고, 또 누군가는 미개함을 논했다. 수백, 수천개의 말과 글들이 모두를 뒤덮고 음악과 웃음은 정지됐다. 노란 리본 물결이 SNS와 '톡'을 뒤덮었고,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찾아헤맸다. 갈 길을 잃어버린(사실은 알고 있지만) 분노와 울분의 감정들이 어지럽게 뒤섞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죄책감과 염치를 느낄 줄 알던 사람은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자기합리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악착같이 타인을 후벼파먹으며 끝없이 스스로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모두들 등교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출근을 준비하며 지옥같은 일상을 꾹꾹 살아내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일련의 비극 속에서 모두들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공/사를 불문하고 책임감을 가져야하는 직함과 이름을 짊어진 사람들의 비겁함과 자기합리화는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을 할퀴고 지나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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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가장 비겁해질때는, 얄팍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척 하면서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을 때'이다. 근1~2년 간 이 잡스러운 공간을 비워두었던 이유는, 비슷비슷한 말글들을 채워가는 사람들의 행태에 적잖이 실망을 했고, 그것을 뒤엎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퍼석퍼석한 이야기가 세상을 채워나가고, 그것이 전부인 것 처럼 받아들여지는 기류도 애써 외면해왔다. 


물론 거창한 의미를 가진 출사표는 절대로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존재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에 대해 논하고 거들먹 거리는 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부끄러운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백스물여섯가지 핑계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편한 콘텐츠만 끄집어내 안전하고 공허한 이야기만 찍어내는 그들을 애써 비난하려 발버둥치는 것 보다, 최소한의 것이라도 만들어내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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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짓거리일 뿐이겠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일 뿐이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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