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제8회 한국 대중음악상 KMA

2011. 2. 25. 04:30Focus



2011년 2월 23일 열린 제 8회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이하 KMA)는 작년 내외적으로 홍역을 앓았지만 올해도 무사히 치러졌다. 올해로 8회를 맞는다는 것은 첫 시상식 개최시에 있었던 많은 우려와 냉소적 반응을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반증으로도 보인다. 무엇보다 극단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오버그라운드/인디 씬에 대해 이성적인 분류가 가능해진 대중의 물리적인 숫자가 증가하면서도 몇몇 레이블/장르의 부분적 인기에 힘입어 시장성을 고루 갖춘 아티스트들이 증가한 것도 KMA에 좀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KMA의 미덕을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방송횟수나 팬덤의 영향력이 아닌 작품 자체의 퀄리티만으로 평가하는 사실에 두고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KMA가 제대로된 장르적 구분에 기반해 수상작을 가른다는 점이다.('한국의 그래미'를 지향한다는 문구는 이 부분에 가장 가깝다) 현재의 R&B/소울-팝-랩/힙합-댄스/일렉트로닉-록-모던록-재즈&크로스오버-영화/TV음악-네티즌선정 으로 나뉜 분류는 어떤 장르의 음악인도 배제하지 않으려는 KMA의 자세가 엿보이는데, 이는 "출신성분/활동 영역" 으로 자칫 기울어질 수 있는 또다른 편향적 결과를 벗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댄스/일렉트로니카의 싱글과 앨범 부문을 미스에이와 2NE1이 각각 수상한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TV활동 중심의 아티스트들의 전반적인 퀄리티 향상과 대립각에 가깝던 어떤 진정성 타령이 차차 합의점을 향해 가고 있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10cm

물론 시상식 자체의 공신력,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한국 대중음악계가 함께 맞물려 고민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 무엇보다 이번 KMA에서 느껴진, '인디'로 정리되는 씬의 흐름이 상당히 강해졌음 확인할 수 있었다. 십센치(10cm)의 폭발적인 현장반응과 더불어 팝 부문 수상 후보들(김윤아, 노리플라이,루시드폴, 에피톤 프로젝트, 베란다 프로젝트, 옥상달빛, 십센치) 의 인기도를 보았을 때 과거 1세대 인디씬이 모던록과 펑크로 대표되는 어떤 이미지적인 한계점이 있었던 것 과는 다른 관심이 엿보인다, 이는 최소한 멤버 편성과 장르에 따른 청취 태도가 어느 정도 극복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인디씬의 과거 특정장르 편중 및 재생산의 문제가 없어졌다는 얘기는 아니다.(이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힙합, 혹은 가리온

가리온

브로콜리 너마저, 9와 숫자들, 그리고 십센치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던록/팝의 강세를 점쳤겠지만 예상외로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가리온이었다. 물론 힙합 부문에 있어서 가리온에 대적할만한 결과물이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힙합 부문의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최우수 힙합 노래/음반과 함께 가장 큰 상이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음반'까지 3관왕을 차지한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도 넘는 경력에 "이제 겨우 2집"을 낸 그들에 대한 전관예우 정도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다소 약세였던 올해의 힙합씬을 생각해 본다면 가리온의 수상은 음악 외적인 respect와 결과물(Garion 2)이 보여준 성과가 함께 모여 만들어낸 의미있는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다양한 장르에서 1세대의 종말과 더불어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는 와중에 가장 동시대적인 모습으로 음악을 하는 그들의 위치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본다 한들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 만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가리온은 현장에서 십센치와 맞먹는 관객들의 '비명'을 만들어냈다) 물론 여타 아티스트들에 비해 방송을 기반으로 한 활동과 인기의 확장이 요원한 팀이기에 그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어디까지 전파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남지만 그들의 근래 행보는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이상적인 이미지가 모두 담겨있다. 그들에게 갖다 붙이기에는 조금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소포모어 징크스(?)는 완벽히 날려버린 셈이 됐다.

한국 댄스&일렉트로닉의 지형

한국 대중음악씬이 댄스, 발라드와 '그 외의' 장르에게 잠식당해 있다면 인디씬에 대한 관심은 모던록과 기타팝에 집중되어 있었다. 현재 정통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인지도는 예상보다 높지 않기에 기존의 팝적인 접근법을 택한 아티스트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이 부문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TV 중심의 활동을 보이는 아이돌 그룹들과의 중요한 접점이 되었다.(그렇기에 가장 많은 말들이 오고갔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의 상은 2NE1과 미스에이가 차지했다. 무엇보다 카프카, 별(byul)과 함께 2NE1과 미스에이가 나란히 한 부문에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모습은 다소 어색할지 몰라도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다시한 번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기도 하다. 분명 이 두 그룹의 수상이 구색 맞추기는 아니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대체로 KMA에 참석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미스에이는 이번 시상식에 뒤늦게 참석해 '사장님 부터 스타일리스트에게도 감사를 표하는' 전형적인 수상 소감을 통해 다소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미있는 행보였지만 여전히 활동 영역에 따른 배척의 기운이 양측에서 모두 감지됐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다.)

여전한 변방의 변방지대

크래쉬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작품은 (대부분 브로콜리 너마저를 예상했었지만)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었다. 뜨거운 감자는 TV출연을 통한 인지도와 음악적 역량을 동시에 갖춘, 현재 몇 안되는 아티스트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에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는 뮤지션임을 감안했을때 '의외의 파격'이기도 하다. 지금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음악 씬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아티스트의 지향점이 취향의 향유를 통한 우월감과 자긍심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이것은 음악에의 집중을 위한 김C의 예능 포기와는 다른 이야기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올해의 음악인 상을 거머쥐었고 크래쉬는 록 부문을 수상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스스로를 "듣보잡"이라 칭하던 게이트 플라워즈의 예상외의 선전 역시 KMA의 평가와 병행되는 발굴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래쉬의 '뮤지션과 메틀 팬들을 위한 상'이라던 소감처럼 메틀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힘들다'는 이야기를 버릇처럼 꺼내게 되는 세태는,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의 시상에서의 다소 침체되었던 분위기와 묘하게 맞물린다. 특히 인디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들이 보편성을 갖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특정 장르에 유리한 부분이 많거나 몇 가지 운, 동시대적 흐름과 부합하는 어떤 조류와 맞닿아야만 하기 때문에 이들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카페의 BGM이 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여전히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미네이트 된 아트 오브 파티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옐로우 몬스터즈 처럼 여전히 록 부문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반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페스티벌, 클럽 라이브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상은 여전한 듯 하다. KMA와 그리고 이 시상식에 함께 하는 관객과 리스너들은 무엇보다 TV리모콘을 집어 던지며 문화적 다양성을 성토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경매가 높은 희귀앨범에 집착하기 보다는 변방속의 변방지대의 음악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고민해야 할 때다.

좋은 활동, 좋은 노래, 좋은 작품,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뮤지션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결국 파이의 크기와 시스템에 대한 메아리 없는 외침을 반복해야하는 시점에서 애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성의 가치를 날카롭게 다듬으며,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 뿐이다. KMA를 통해서 뮤지션과 애호가들의 다양한 교감이 오가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점쳤던 사람들이 지금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KMA가 음악을 듣는 대중들의 기갈을 풀어주는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몇몇 뮤지션이 포토월에서 본의 아니게 당했던 '굴욕'이 단순 해프닝이 아닌 거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느꼈다면, 최소한 KMA가 별 시덥지 않은 이유로 중단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KMA 후원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다.

사족 

'올 해의 수상소감'이라고 볼 수 있었던 게이트 플라워즈와 김제동의 활약은 KMA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인상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십센치의 경우처럼 무리수에 가까운 수상소감은 사람에 따라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지 않을까. 김제동의 마무리가 없었으면 어쩌려고. (글, 사진 : richey)

피노다인

국카스텐


조덕환

코스모스

산이(San-E)


▲ 올해의 음반 : 가리온(`가리온2`)
▲ 올해의 음악인 : 갤럭시 익스프레스
▲ 올해의 노래 : 뜨거운 감자(`고백`)
▲ 올해의 신인 : 게이트 플라워즈
▲ 최우수 알앤비&솔 노래 부문 : 디즈(`슈가`)
▲ 최우수 알앤비&솔 음반 부문 : 진보(`애프터워크)
▲ 최우수 팝 노래 부문 : 10cm(`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 최우수 팝 음반 부문 : 조규찬(`조규찬9`)
▲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 : 가리온(`영순위`)
▲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문 : 가리온(`가리온2`)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 : 미쓰에이(`배드 걸 굿 걸`)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 : 투애니원(`투 애니원`)
▲ 최우수 록 노래 부문 : 게이트 플라워즈(`예비역`)
▲ 최우수 록 음반 부문 : 크래쉬(`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
▲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 : 브로콜리 너마저(`졸업`)
▲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 : 9와 숫자들(`9와 숫자들`)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 : 라 벤타나(`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 음반 부문 : 나윤선(`세임 걸`)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 부문 : 이판근 프로젝트(`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
▲ 최우수 영화·TV 음악 부문 : `브라보! 재즈 라이프`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 아티스트 : 태양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여자 아티스트 : 김윤아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그룹 : 에프엑스(f(x))
▲ 선정위원회 특별상 : 슈퍼세션
▲ 공로상 : 손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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